후회가 남지 않는 MBA 에세이 작성 방법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주관적인 글이기 때문에, MBA 에세이와 관련 여러 사람의 생각 중 하나로 받아들여 주셨으면 합니다. 동시에, 스탠포드 MBA 입학처의 의견이 아님을 밝힙니다.

이번에 공유하는 에세이에 대한 생각은 What I have done (커리어 중심)형 에세이가 아닌, Who am I (자아실현)형 에세이에 근간을 두고 있습니다. 참고로, 스탠포드와 하버드 MBA가 대표적인 Who am I 형 에세이를 요구하는 학교입니다.

에세이를 쓸 때 흔히 하는 실수

1. 내 과거에서 극적인 사건을 만들어 내려고 한다

“왜 내 인생엔 큰 굴곡이 없었을까? 왜 나는 대지진 현장에 있었거나, 에베레스트를 정복하는 일 등 같은 극적인 인생 경험이 없을까?”

MBA 에세이를 작성하다 보면 자주 떠오르는 생각들입니다. 사실, 저 역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MBA 에세이를 작성하는 도중, 우연히 Facebook을 통해 본 짧은 글이, 제 생각을 바꿔놓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미국 시골 초등학교 교사의 이야기였는데, 해당 교사가 몇 명 되지 않는 학생들을 어떻게 하루하루 보살피고 있고, 학생 한 명 한 명을 어떻게 느끼고 있으며, 그들이 도시 아이들 대비 뒤처지지 않는 교육을 받도록 하기 위해 매시간 최선을 다해 나가는지에 대한 글이었습니다. 엄청 특별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제 마음에 오랜 감동으로 남았던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해당 글은 전 세계적으로 공유될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의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미국 시골 교사의 이야기에서 제가 감동을 느낀 건, 그 교사가 엄청난 시련과 고난을 버텨냈기 때문이 아니라, 그 분의 아이들에 대한 진심이 너무 예쁘고, 학생들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순수하고 아름다웠기 때문입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친구들과 대화를 할 때 가장 큰 감동과 감사함을 느꼈던 순간은, 친구가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솔직하게 공유해 줄 때였습니다.

이와 같이,일상 이야기에서도 깊은 감동은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에세이에는 내 진짜 이야기,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동은 솔직함과 진심으로 만드는 것이지, 과장·허구· 창작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 어렵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솔직하게 고백해야 한다는 것이, Who am I형 에세이를 쓰는 것의 어려움입니다.

극적인 사건을 만들어 내지 마시고, 내 인생의 고백을 해보세요.

2. 에세이에서 내 업적을 은근히 뽐내고 자랑하려고 한다

예전 회사에 다닐 때, 고민이 있다며 대화 좀 하자고 해놓고, 들어보면 은근 자기 자랑을 하는 동료들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아 너무 일이 많아서 짜증 나. 팀의 모든 일이 나에게 몰려오고 있어. 팀장님은 나에게 임원 보고까지 직접하라고 그래. 쩝.” 그러면 저는 “이 친구가 왜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나... 일 잘하는 것을 자랑하고 싶나?”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동시에 “이 사람의 진짜 고민은 뭘까? 인정받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진짜 일이 많아서 힘드나?”라고, 많이 헷갈리기도 하였습니다.

MBA 에세이와 관련해서도, 간접적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에세이를 마주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 에세이를 읽을 때마다, 회사에서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친구들을 마주할 때와 유사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마도 입학 사정관들 역시도 유사한 느낌을 받을 것이라 추측합니다.

사실 직장생활 등에서의 업적 및 자기 PR은, 레쥬메, 지원양식, 추천서 등에 담을 수 있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내가 왜 이 전공 및 직장을 선택했으며, 그 선택을 통해 무엇을 느끼고 배웠는지 등은 레쥬메에 담기 어려운 내용이고, 그렇다고 추천자가 대신 이야기해 줄 수도 없는 이야기입니다. MBA 입학처에서 가장 궁금해할 내용은, 아마도 이 사람이 왜 이 직업을 선택했는지, 그곳에서 무엇을 배우고 느끼며 성장했는지, 그래서 지금 이 사람은 누구인지 일 것입니다. 그래서 에세이가 가장 중요한 자료라고 모든 학교에서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결론적으로, 에세이에는 간접적 자기 자랑이 아니라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 어떤 새로운 꿈과 열정이 생겼는지? / 왜 그런지? / 내 어떤 한계를 느꼈는지? / 어떻게 자아를 발견했는지? 등이 담기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3. 내 과거를 지나치게 논리적으로 연결하려고 하려고 한다

MBA 수업 중 인상 깊게 들은 초청 연사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직선으로 된 것은 사람이 만든 인공물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면 철도, 도로는 대부분 직선입니다. 가장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연이 만든 것에는 항상 굴곡이 존재합니다. 계곡, 그리고 강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리고 대자연의 아름다움은 굴곡에서 나옵니다. 사람들은 자연이 만든 굴곡에서 특히 많은 사진을 찍고 인스타그램에 올립니다. 사람 역시 굴곡에서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저는 인생의 아름다움 역시 굴곡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굴곡의 다른 표현은 전환점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의 인생은 여러 가지의 “점”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무질서하게 흩뿌려져 있는 것 같은 내 과거를 연결해 보면, 어느 순간 인생을 관통하는 방향성, 정체성, 인생의 중심이 모입니다. 무질서해 보이는 내 과거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인생의 중심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인 것입니다.

그런데, 본인 인생을 직진으로만 설계하려는 ― 내지는 그렇게 설명하려는― 친구들을 보면,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고, 이 친구들의 중심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빠르게 가는 것보다는, 제대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직선 인생을 보여주는 친구들에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합니다. 굴곡은 멋집니다. 어려움을 피하지 마세요. 효율적으로만 살려고 하지 마세요. 도전하고, 역경에 마주하고, 좌절하고 실패하며 성장해 나가십시오.”

지나치게 과거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려고 하다 보면, 오히려 비인간적으로 보이는 에세이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실패담을 통해 큰 감동을 느낍니다. 왜냐면, 전 세계 사람들은 누구나 유사한 실수를 반복하기 때문입니다. 유대감/동질감이 느껴질 때, 사람은 상대방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됩니다.

내 인생에서 중요한 과거의 경험을 생각해 보시고, 직선이 아니더라도, 그 경험들을 그냥 쭉 이어 보세요.

4.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리려 한다

MBA를 준비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조언이 있었습니다. “네가 미래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네가 미래에 하고 싶다는 일의 상세한 사업모델 / 실행 계획도 적어야 한다. 즉, 네가 꿈꾸는 커리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스텝을 적어야 한다. Feasible 하고 Tangible 해야 한다. 그 정도 고민은 하고 적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래야 너의 고민의 깊이가 느껴지지 않을까?”

이건 학교마다 큰 차이가 있을 듯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Who am I 형 에세이에서는 구체적 미래 계획은 오히려 에세이의 근간을 해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상세한 계획이 있으면 좋지만, 글자 수가 한정되어 있는 에세이에서 너무 많은 분량을 미래의 상세 계획으로 채우면, 정작 중요한 “내가 과거에 어떻게 살아왔는지” 부분이 약화되기 때문입니다.

미래 계획보다는 과거 고백이 중요하고 미래에 대한 구체적 계획보다는, 미래에 내가 풀고 싶은 문제가 무엇이고, 나의 접근 방식이 무엇이며, 문제를 마주하는 나의 가치관이 무엇인지 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왜 내 가 그 문제에 집중하게 싶으며, 왜 그런 가치관을 가지게 되었으며, 그런 접근 방법을 선호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과거의 삶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위와 관련, 인생의 멘토님께 들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의 방향성과 가치관이다. 꿈을 실현해 나가는 인생을 산다는 것은, 수많은 굴곡과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마주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방향성에 대한 신념과 열정이 있으면, 어떤 난관을 만나도 포기하지 않고 결국 그 방향으로 가게 되어 있다. 그런데, 방향성에 대한 열정이 없으면, MBA를 졸업한 친구들은 그 순간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옵션을 선택할 가능성이높다. 예를 들면 가장 연봉을 많이 주고, 가장 인기 높은 직장에의 취업 등. MBA 학교들은 굳은 심지를 가지고, 처음에 생각했던 방향성대로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을 좋아한다. 결국 그런 사람이 리더가 되고, 그런 사람이 세상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원자가 미래 방향성에 대해 얼마나 진짜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한다. 방향성에 대한 열정은, ‘왜 내가 이 꿈을 꾸게 되었는지’의 인생 스토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MBA에 와서 깨달은 바가 하나 있습니다. MBA라는 공간이 바로, 상세한 미래 계획을 설계해 나가고, 함께 미래를 개척할 인연을 만나며, 향후 필요할 역량/스킬을 쌓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수업을 듣 고, 교수님과 대화하고, 동료들과 교제하며, 향후 미래의 구체적 청사진을 그려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MBA에서 미래에 대한 상세 계획이 바뀐 친구들을 정말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미래에 대한 기본 설계가 바뀐 친구들은 그렇게 많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꿈에 대한 더 큰 용기와 열정을 얻어간 친구들이 많습니다.

MBA도 그런 사실을 알 것 같습니다. 미래의 커리어 플랜/사업모델 등을 구체적으로 적는 것보다는, 내가 왜 그 꿈 을 꾸게 되었는지를 솔직하게 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5. 각 학교별 대표 수업, 유명한 활동을 단순 열거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Why 우리 학교? (예: Why HBS, Why Kellogg 등)”에 대해 쓸 때, 해당 학교에서 가장 유명한 수업, 교수, 활동 등을 조사한 후 논리적으로 나열하는 에세이들을 많이 봤습니다.

스탠포드 GSB의 경우, MGE (Managing Growing Enterprise), Touch Feely, Talk, GST (Global Study Trip) 등이 나오는 단골 메뉴입니다. 저 역시 MBA 지원할 때, 대표 수업을 조사해서 열거해 봤는데, 설득력 있어 보이지 않고, 평범해 보이고, 조사해서 쓴 티가 팍팍 나고, 진심이 느껴지지 않아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많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도움이 되었던 생각의 절차는,

“내가 내 꿈을 실현해 나가는데 있어서,진짜 부족한 부분이 무엇이고, 이 학교에 어떤 도움을 구하고 싶을까? 어떤 SOS를 치면 될까?”

“나는 지금 솔직히 어떤 사람인데, 앞으로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나? 어떤 갭이 있나? 이 학교에서 나는 어떤 사람으로 바뀌고 싶은가?”

“나는 2년간 어떤 삶을 살고 싶나? 어떤 사람들과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나? 누구에게 무엇을 배우고 싶고 어떤 배움을 내재화해서 궁극적으로 어떤 사람으로 변모했으면 하나? 내가 살고 싶은 삶이 이 학교에 있는가?”

그리고, 이 학교에 절실하게 도움을 구해보자는 마음으로 생각을 정리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저 진짜 이게 부족해요. 저 이런 부분을 정말 배워보고 싶어요. 그런데 당신의 이런 프로그램은 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저 진짜 이게 필요해요. 꿈을 포기하지 않고 버텨나가려면 이러이러한 이유로 이런 것들이 필요한 것 같아요. 당신의 이런 활동들은 제가 필요한 것들을 채워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생각해 보면, 정말 절실하게 학교에 도움을 구했던 것 같습니다.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후배들이 도움을 구하러 찾아올 때, 본인의 상황을 이야기해 주고, 본인의 어려움을 이야기 해주고, 결국 도움을 구하는 친구들에게 마음이 갔습니다. MBA 에세이도 마찬가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절실하게 도움을 구하는 사람에게, 학교 역시 마음을 열리라 생각합니다.

좋은 에세이를 위한, 진짜 나를 담아내기 위한 Practical Tips로 글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