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 더 높이, 더 멀리 가려면 언어가 첫 번째, 자발적 외노자의 썰 : 외노자로 꾸역꾸역 살아본 이야기
2024.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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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세션에서는 항래님이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기까지의 과정을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공유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세션을 듣는 모두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민감한 정보를 배제하고, 핵심적으로 강조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편집에서 전달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김항래라고 합니다. 저는 여러분께 100% 주관적인, 해외 경험 없이 어쩌다 싱가포르에서 외노자가 되었는지, 그 생활이 어땠는지, 그리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이유에 대해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싱가포르에서 외노자가 된 이유
저에게는 한 친구가 있었어요. 저와 같은 제일기획 동기였는데, 딱히 저보다 뛰어나지 않았다고 전 생각했죠. 하지만 이 친구가 2014년에 갑자기 페이스북 코리아로 이직을 했어요. 그때 제 반응은 하나였어요.
“어떻게 너가?”
저는 그 당시에 페이스북 코리아에 크리에이티브 조직이 있었다는 사실은 물론, 한국에 페이스북 코리아가 있었다는 것조차 몰랐어요. 결국 정보력 차이였던 거죠. 그래서 저는 그 친구에게 물어봤어요. “야 너 어떻게 갔어? 나도 좀 알려주라”. 저는 친구에게 술을 사주면서 질문을 했죠. “이력서는 어떻게 썼어?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했어? 인터뷰는 어떻게 진행했어?” 등등.. 이런저런 비법을 전수 받고, 저도 이제 스스로 준비를 하게 되었어요. 목표는 FAANG (Facebook, Apple, Amazon, Netflix, Google)으로 잡았어요. 엔지니어와 디자이너의 꿈의 기업, 돈 많이 주기로 유명한 기업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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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ANG에 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영어. 하지만 저에게 유일하게 부족한 스킬도 영어.
제가 FAANG에 가기 위해 준비하면서 가장 필요한 것이자 가장 부족한 부분이 영어라고 느꼈어요. 그때 제가 선택한 방법은 전화 영어였습니다. 전화 영어를 하면서 영어에 대한 긴장감을 줄여가기 시작했어요. FAANG에 가고 싶었는데, 거기서 크리에이티브 조직은 사실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인원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어요. 인원이 나올 때마다 저는 지원을 했고, 다양한 회사에서 인터뷰를 보게 되었어요. 하지만 번번이 영어 실력 때문에 혹은 연차가 안 맞아서 등 가지각색의 이유로 탈락했어요.
절망을 하던 중, 페이스북 싱가포르에서 코리안 스피커의 크리에이티브 파트를 뽑는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무조건 지원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인터뷰는 제가 완전히 찢어버렸고, 그 결과 당연히 합격을 하게 되었어요.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어요. 페이스북 싱가포르라면 해외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잖아요? 바로 페이스북 오퍼레터에 사인을 하고 조인을 하게 되었습니다.
외노자 삶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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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서 온 오퍼레터에는 페이스북에 조인하게 되어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온보딩 과정을 알려줬어요.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신나게 놀고 오라는 뜻이었죠. 정말 기뻤어요. 이 오퍼레터 한 장을 받기 위해 2014년부터 4년가량 열심히 노력을 했던 거예요. 온보딩 프로그램에서는 페이스북 뽕, 즉 동기부여를 많이 받게 되었어요. 저는 아직도 페이스북 싱가포르 오피스에 처음 들어간 순간부터 제 자리까지 만났던 사람들, 그 순간을 다 기억해요. 너무나도 기뻐서 퇴근하는 길에 회사 구석구석 사진도 찍었죠.
그러다가 출근 2주째에 현타가 오기 시작했어요. 왜냐하면 솔직히 말해서 그때 저는 영어를 그렇게 잘하지 못했어요. 근데 모든 회의나 일이 영어로 진행되니까 저는 거기서 알아듣는 척을 해야 했어요. 싱가포르는 정말 글로벌했어요. 중국, 일본, 한국은 물론, 남아공, 프랑스, 인도 등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는 국적의 사람들까지 정말 많은 인종이 모여 있었고 같이 일을 해 왔어요. 그러다 보니 저는 안 그래도 영어가 안 되는데, 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억양을 모두 이해하기 위해서 매 회의를 다 녹음했어요. 몰래 기록을 해서 하나라도 빼 먹지 않기 위해 녹음을 다시 들었어요. 참 신기한 게 2019년 이후로는 녹음이 안 되어 있어요. 그만큼 영어가 늘었다는 뜻이겠죠?
일 외적으로도 영어로 발표를 해야 할 일이 많이 생겼어요. 2020년 1월 신주쿠에서 200명의 일본 게이밍 마케터들 앞에서 60분 정도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할 일이 생겼어요. 그때 링글의 힘을 정말 많이 빌렸던 것 같아요. 튜터와 함께 스피치 연습을 하면서 스크립트 수정에 수정을 거쳐서 발표를 하게 되었어요. 엄청 고난의 시간이었지만 성공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마쳤고, 그때 같이 강연한 15명의 연사 중 가장 피드백 점수가 높은 결과를 받게 되었어요. 그때 정말 뿌듯하고 행복했던 경험으로 아직도 기억해요.
한국으로 돌아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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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코로나가 터졌어요. 싱가포르는 코로나 규제가 정말 엄격했어요. 밖에 못 나가서 모든 회의는 줌으로 진행되었고, 그러다 보니 동료들과 스몰 토크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졌어요. 영어는 정체되었고, 일도 재미가 없어져 너무나 괴로웠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싱가포르에서 이제 외국인 채용을 줄이면서 이직이 어려워졌고, 여러 가지 이유로 저는 아내와 함께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오면서 저는 스스로 기준을 잡게 되었어요.
- 한국에서는 리더십 역할을 하고 싶다.
- 내 일에 오너십을 가져갈 수 있는 일이었으면 좋겠다.
- 해외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으니 한국에서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회사에 가고 싶다.
- IPO 직전에 있는 회사에 가고 싶다.
이 기준을 세워서 job searching을 했고, 마침 29cm이 해당 기준을 모두 만족한다고 생각하여 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3년 7개월 동안의 메타 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어요.
그래서 영어를 얼만큼 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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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쯤 굉장히 궁금할 거예요. 그래서 영어를 얼만큼 해야지 싱가포르에서, 그리고 메타에서 일할 수 있어?
저는 이때 비정상회담 출연진 이야기를 해 주고 싶어요.
비정상회담에 출연하는 외국인들은 모두 한국어를 정말 잘해요. 타일러 라쉬, 마크 테토는 거의 원어민입니다. 누구도 그들의 실력에 반문을 던질 수 없어요. 하지만 그 정도는 안 해도 돼요. 제가 기준을 잡았던 사람은 바로 알베르토예요.
1. 알베르토가 한국어를 하는 만큼 영어를 하면 어디든 갈 수 있다.
왜 알베르토라고 생각했냐면, 엄밀히 말하면 알베르토가 완벽하게 한국어를 구사하지는 않아요. 발음도 사실 완벽하지 않죠. 하지만 그는 한국어로 누군가를 설득하고 이해시키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 수 있어요. 비정상회담을 하면서 남들에게 자신의 주관을 주입 시킬 수 있는 사람인 것이죠. 이 정도로 영어를 하면 해외에서 충분히 근무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해외에서 근무하기 위해 필요한 영어를 정리해드릴게요. 일단 면접 영어와 실전 영어부터 분명히 다릅니다. 면접 영어는 면접을 통과하기 위한 기본적인 영어고, 영어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잘해야 합니다. 싱가포르에 갔을 때 한국인 주재원들을 만나봤는데, 그들은 영어가 늘지 않아요. 현지에서 이미 그 사람이 영어를 못한다고 이해하기 때문이에요. ‘저 사람은 영어를 못하기 때문에 우리가 알아서 이해해 줘야 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주재원이 아니라 해외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상황입니다. ‘너는 우리랑 동일한 포지션이니까 당연히 영어를 잘해야지’라고 생각해요. 특히 일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오해를 줄이기 위해 무조건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해요. 이때 발음은 중요하지 않아요. 저희는 인도 영어, 싱가포르 영어를 들으면서 발음이 어렵고 이상하다고 느끼는데, 그들은 영어 원어민이에요. 저희보다 훨씬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사람들이에요.
2. 발음에 너무 치중하지는 말아주세요.
마지막으로 영어 실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small talk에 대해서 말씀드릴게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방법인데, 계속 친구들과 영어로 수다를 떠세요. 저는 동료들과 함께하는 술 타임을 굉장히 좋아해요. 그때만큼 영어가 터지는 시간은 없어요. 이런 소소한 시간이 쌓이고 쌓이면 자연스럽게 영어 실력이 좋아지고, 영어로 의사 표현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점점 더 많은 기업에서 코리안 스피커를 우대하는 포지션이 열리고 있어요. 제가 있던 메타 싱가포르에서는 한국 시장을 담당하는 팀이 4개나 있었고, 스포티파이의 경우에도 케이팝 전담팀이 생겼어요. 이렇게 되면 한국인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것이죠. 여러분들도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기회를 찾아 나섰으면 좋겠습니다.